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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를 잡는 데 구슬을 쓴다

2021-11-10 15:59

<발행인 賢松 김기헌> 

사자성어 “명주탄작(明珠彈雀)”의 뜻은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장자(莊子) 양 가는(讓王) 편”에 보면, 작은 것을 탐내다 큰 것을 잃는 짓을 비유한 것에 뿔을 바로 잡으려다 지나쳐 소를 죽게 만든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유명하다.  


자그마한 몸집에 눈치가 빨라 방앗간 찾기는 일도 아닌 참새를 쫓으려면 조그만 돌멩이만 있으면 된다.


엄청난 대책을 세운다고 대포를 동원하면 어리석다. ‘대포로 참새를 쏘는 격’이라며 비웃음만 산다.  


마찬가지로 돌멩이 대신 귀한 구슬(明珠)로 참새를 쏜다(彈雀)고 해도 들인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이득은 보잘것없다.   


춘추전국시대 수(隨)나라 제후의 값비싼 구슬로 참새를 쫓았다는 수주탄작(隨珠彈雀)과 뜻도 같고 출처도 같다.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도가(道家)를 대표하는 장주(莊周)는 ‘장자(莊子)’에서 우주 본체를 비유법으로 꼬집는다.   


잡편(雜篇)에 있는 양왕(讓王) 편은 천자의 자리라도 생명을 잃은 이후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요(堯)임금의 왕위를 사양한 허유(許由)의 행위를 두둔했다.
 

몸을 온전히 한 연후에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의 안합(顔闔)이라는 사람의 예도 든다.


그는 누추한 집에 살며 삼베옷을 입고 직접 소를 기르고 있어도 도를 터득했다는 평판을 받고 있었다.  


안합을 데려오기 위해 애공(哀公)이 사자를 보내 예물을 전했다.


잘못 찾은 것 같다며 사자를 돌려보낸 안합은 이후 자취를 감췄다.  


장자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 부귀를 싫어하는 사람인데, 세속의 군자는 몸을 위태롭게 하면서 공명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자라고 하며 설명한다.


 ‘만약 진귀한 수후의 구슬로 천길 벼랑 위의 참새를 쏜다면 그를 비웃을 것이라 했다.  얻기를 바라는 목적물이 하찮은 반면,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귀중한데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쥐를 잡는다고 쌀독을 깨거나 조그만 쥐구멍을 막는데 대들보를 밀어 넣는 어리석음을 욕하면서도 잘못은 종종 되풀이된다.


왜냐하면, 조그만 불편이라도 없애는 것이 시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손가락질을 받고 끝나는 일이지만 사회로 범위가 넓어지면 큰일이다.


자신의 명목만 세우고 이득만 차지하려, 작은 명분을 앞세워 힘없는 사람들을 내팽개치는 요즘의 기득권자들은 얼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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